
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태그 ::
유산
두 번의 사업실패로 아버지는
환갑무렵에 "자신감"이라는 것을 잃은 듯 했다.
퇴계원에 작은 아파트 하나와
아직 남아 있는 아파트, 자동차 대출금.
아버지는 요새 무슨 인터넷 까페 운영자가 되셔서
자신의 프로필에 쓸 사진을 찾고 계신 듯 했다.
자신감을 잃고 노년에 접어들어
"쉼"을 간구하는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는 아직도 생활전선에서
투사처럼 억척스럽다.
아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물건들을 팔아보고자
어머니는 밤 늦게까지
작은 아들이 쓰던 좁은 방에서
미싱을 돌리신다.
하지만
아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처절하리만큼 매출이 없다.
일요일
교회를 다녀온 뒤
모처럼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도
돈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는 헛헛한 웃음을 머금고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처럼 말씀하셨다.
"너무 돈,돈 하지마라..인생 다 갔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싫다.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도 이해가 된다.
아내가 퇴근 후 다니는
신촌의 요리학원에서
아내를 픽업하여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와 앉았다.
임신한지 4주 정도 지난 아내는
요즘 부쩍 잠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다.
오늘은
4월 치고는 날이 꽤 추워서인지
보일러 꺼 놓은 집이 유난히 을씬년스럽다.
아내는 털 양말을 주섬주섬 신는다.
양말에 엄지발가락이 살짝 보일 정도로 구멍이 나 있다.
아내의 양말을 꿰메면서
문득 어린 시절을 떠 올려 보았다.
나는 사실 양말을 잘 꿰메는 편이다.
구멍이 크게 뚫려 있는 양말도
선으로 구성된 면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어릴적부터 양말을 꿰메어 신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 때는 다들 그렇게 신었지만
특히 우리집은 꽤나 어려운 살림때문에
안꿰맨 양말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교회 수련회에 갈 때는 정말
낡고 헐어도 좋으니 제발 꿰맨 양말은
죽어도 신기 싫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천에서 서울의 지하실 단칸방으로
네식구가 이사왔을 때
살림밖에 모르던 전업주부 어머니는
교회 전도사집의 파출부로
견실한 토목회사의 중간 간부급이었던 아버지는
벽돌짐 지는 막노동판으로
식구들이 그렇게 내몰리듯
전쟁터 같은 삶의 현장으로 쫒겨 났다.
그간 외할아버지, 할아버지, 외삼촌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정말
불도져같이 일을 했고
나와 동생은 특별히 가난이라는 것이 뭔지
피부에 느껴지는 것 없이 자랐다.
단지,
부반장이었던 친구의 엄마와
학습부장이었던 친구의 엄마가
빛 한 줄 들어오지 않는 우리집에 찾아와
스승의 날에 선생님 선물을 사야된다고
반장 엄마였던 우리 어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그럴 돈이 어딨냐며
약간의 실랑이를 벌였던 일이 기억나고
엄마가 파출부로 나가던 교회 여전도사 남편이
무슨 병원 의사였는데
뇌염예방접종 주사비가 솔찮아
엄마가 부탁부탁해서 그 집 아저씨에게
주사를 맞고 확인증을 떼어 갔던 일도 기억나고
평소에 육류반찬을 못해주던게
마음이 아팠던 엄마가
파출부를 그만 두고 나가던
"오성족발"이라는 시장통 족발집 구석방에서
동생과 나를 불러 족발을 억지로 먹이던 일도 기억나고
친구네 집에 갔을 때 봤던
만화 손자병법이 너무 재미있었는데
친구가 빌려주지 않자 너무 짜증이 나서
엄마에게 손자병법 사달라고 했는데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에게
어떻게 구하셨는지 헌책방에서
정비석씨가 쓴 손자병법을 사다주셔서
너무 어려워서 일년동안 이해하기 위해
5번 넘게 읽었던 일도 기억나고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핸드메이드 코트를 만드는 일을 하시던 엄마가
고등학교 입학 겸 생일 선물로
바느질해서 번 돈으로
전자기타를 사 주신 일도 기억이 난다..
그것이 "부모"라는 존재의 위대함인가...
곧 아홉달 후면
나도 아버지가 된다.
운전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마음에 묘한 파동이 인다.
내가.
과연 내가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그 위대한
희생을
사랑을
헌신을
내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있을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도는 와중에
나는 자꾸 배고파하는 아내를 위해서
고구마를 삶고 당근과 사과를 섞은 쥬스를 만든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피죤을 왕창부어 빨래를 했다.
아내가 임신하기 전에는 귀찮고 아까웠던 일들이
이제는 귀찮지도 아깝지도 않으니..
이것이 시작인 것인가..
가슴이 쨍한 새벽이다.
태그 ::
부모
유부남이
새벽 5시가 넘은 시간에
인터넷 하면서
자위하고 있다뉘.
이런...